◇이순신 장군은 죽지 않았다?!

“싸움이 한창 급하다. 내가 죽었단 말을 내지 마라.”

정사는 “1598년 11월 19일 새벽,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이 왜군의 총탄에 맞아 숨을 거뒀다”고 기록한다. 그러나 이순신이 귀환해 숨어 살았다는 ‘은둔설’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은둔설은 이순신이 전후 왕명으로 처형될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선조는 완벽한 상황이 아니면 출전하지 않았던 이순신을 죽이려다 뜻을 못 이루고 백의종군시켰다. 선조의 불신은 당시 실록에 잘 나타난다. “이순신이 글을 할 줄은 아는가”, “그를 사형에 처함이 마땅하다.” 결국 이순신이 ‘토사구팽’을 피하기 위해 죽음을 위장했다는 풀이다.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출신의 역사연구가 남천우씨는 ‘유물의 재발견’이란 저서를 통해 이순신이 생전에 죽겠다고 여러 차례 말한 점, 사후 80일 후 장례를 치르고 15년이 지나 묘소가 또 이장된 사실 등을 근거로 은둔설을 전개했다.

1795년 숙종의 명으로 간행된 ‘충무공전서’는 “공로가 클수록 용납되기 어려움을 스스로 깨닫고 마침내 싸움에 이르러 자기 몸을 버렸으니, 이순신의 죽음은 미리부터 계획한 것이었다고들 말하는데, 그때의 경우와 처지로 보면 그 말에 혹시 타당한 점도 있다 하련가”라고 적고 있다.

보다 널리 퍼진 것은 ‘자살설’이다. 가장 강력한 논거는 이순신이 조총 탄환을 막을 갑주를 일부러 벗었다는 대목이다. 조선 숙종 때 지어진 ‘김충장공유사’는 이순신이 갑주를 벗고 스스로 탄환에 맞아 죽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부하 유장은 “나는 적이 물러나는 그날 죽음으로써 유감될 수 있는 일을 없애도록 하겠다”는 이순신의 발언을 전했다.

역사학자나 전사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대부분 ‘허튼소리’라는 입장이다. 서강대 사학과 정두희 교수는“호사가들이나 하는 이야깃거리”라며 “역사로는 취급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임진왜란 해전사’를 펴낸 이민웅 해군사관학교 전사전략학과 교수 역시 “노량해전 자체가 다른 전투보다 훨씬 격렬했다. 이순신 휘하 장수 30% 이상이 전사할 정도였고 충무공은 근거리 직격탄에 맞았다”고 말했다.

◇원균과 이순신

과거급제로 따져 5년 선배인 원균은 임진왜란 발발 당시 경상우수사로 왜 함대에 낭패를 당한 뒤 전라좌수영 이순신 함대와 합류해 공을 세운다. 원균은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뒤 불화를 빚어 충청병사로 전출되기도 했다. 이순신을 대신해 통제사가 된 원균은 칠천도 앞바다에서 왜 함대에 대패해 전사한다. 전후에는 권율, 이순신과 함께 선무 1등공신 반열에 올랐다.

원균은 ‘이순신 성웅 만들기’가 한창이던 1970년대 무능하고 옹졸한 장수로 자리매김됐으나 최근 재평가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이재범씨는 저서 ‘원균을 위한 변명’에서 인조 21년에 편찬된 ‘선조수정실록’ 등을 통해 당시 집권세력이 역사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원균 옹호자들은 ‘원균행장기’에 나오는 “적선 십여 척을 불사르고 노획하였다”는 기록, 조경남의 ‘난중잡록’에 실린 “경상우수사(원균)가 왜적을 많이 잡아 승세를 크게 떨치고 있다”는 기록 등을 내세워 원균 맹장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일반적 평가는 원균에 대해 너그럽지 못하다. 선조실록을 기록한 사관은 원균에 대해 “탐욕스럽고 잔혹함이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정두희 교수 역시 저서 ‘조선시대 인물의 재발견’에서 선무공신 책봉에 대해 이순신을 사형시키려 한 반면 원균을 높이 샀던 선조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해 벌어진 해프닝으로 평가절하했다.

엄형준기자/ting@segye.com

참고도서:‘원균을 위한 변명’(학민사), ‘조선시대 인물의 재발견’(일조각), ‘충무공 이순신’(대한출판문화협회), ‘유물의 재발견’(학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