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9/2(목)

초대형 블록버스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살아 숨쉬는 영웅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오는 9월4일(토) 첫 방송되는 KBS 1TV 새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연출 이성주)에서 성웅 이순신 역을 맡은 김명민(32)은 '영웅이라는 이면에 가려진 인간 이순신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 보이겠다'며 힘있는 목소리로 첫 소감을 밝힌다.         "스물 세 번 싸워 스물 세 번을 다 이긴 명장(名將) 중의 명장이지만 뒤돌아 눈물도 흘리는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강한 이면에 숨어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연기를 통해 살려내고 싶어요."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불안한 국제정세, 우리에겐 지금 영웅이 필요하다. 때맞춰 준비한 KBS의 대형 기획 드라마가 바로 '불멸의 이순신'이다. 열두 척의 배로 왜선 133척을 대파한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꺾이지 않는 순결한 정신의 소유자 이순신은 세 번의 파직과 두 번의 백의종군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끈 민족의 영원한 '명장'이다. 그는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나라를 생각하는 충신이었지만 이처럼 강한 이면에는 돌아서서 눈물을 흘리는 여린 가슴을 지닌 사람이기도 했다고 이해하는 김명민은 영웅이라는 굳어진 이미지에 인간 이순신의 인간적인 따뜻함을 불어넣을 예정이란다. 영웅이라는 타이틀에 가려진 극단적인 미화나 폄훼 없이 진솔한 인간 이순신을 통해 그를 다시 살려 낼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들어있다.         "김훈의 '칼의 노래'는 저한테는 교과서나 다름없어요. 대본을 보고 난 후, 책을 다시 읽어봐요. 그리고 그 상황들을 이해하고 나면 연기하기가 훨씬 수월해져요." 윤영수, 윤선주 작가가 집필하며 이성주 PD가 연출을 맡은'불멸의 이순신'은 김훈의 '칼의 노래'와 김탁환의 '불멸'을 텍스트로 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순신 역을 맡은 김명민은 대본보다 리얼한 느낌을 자세하게 글로 표현한 '칼의 노래'를 교과서처럼 가지고 다닌다. 대본에서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의 전투 전후의 심정, 권력의 덧없음, 혈육의 죽음 등 캐릭터가 느끼는 깊은 고뇌와 슬픔을 책을 통해 느끼면서 작품에 몰입한다고 한다.   초대형 블록버스터 드라마       "100부작에 길이 19미터 무게 80톤이나 되는 실물 크기의 전투선 6척이 투입되고 리얼한 해상전투 장면, 그리고 2만여 명이 넘는 엑스트라가 동원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드라마로 스케일 면이나 역사적 인물을 재조명한다는 차원에서 지금까지의 TV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대작 중의 대작이에요." 지난해 5월부터 KBS가 철저히 준비해 온 이 드라마는 제작비 3백50억 원에 연인원 2만여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는 100부작 대하드라마이다. 길이 19m, 높이 5m, 무게 80t에 이르는 거북선 등 실물 크기의 전투선 6척을 직접 제작하고 1만5천 평에 이르는 전라 좌수영 세트장도 새로 만들었다. 실감나는 해상전투 재연을 위해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의 특수영상팀이 대거 투입되기도 했다. 듣기만 해도 어마 어마한 드라마 셋트의 중심에 서 있는 김명민은 그의 정신 속에 들어와 있는 이순신을 만나듯 거대한 셋트 하나 하나에 그의 혼을 불어넣는다.         "'꽃보다 아름다워'에서의 고뇌와 성웅 이순신의 인간적 고뇌는 자믓 다른 것 같지만 인간적 고뇌라는 점에서 같겠죠? 그러나 '꽃보다~ '가 현대인의 심리를 그렸다면 역사적 인물 이순신은 '영웅'이라는 이미지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인간적인 깊은 고뇌를 그려야 하니까 마음의 부담이 큽니다." 사극이 처음인데다 긴장도 너무 많이 해 첫 촬영 때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조차 몰랐다는 그는 이제 조금씩 이순신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말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한 평범한 남자의 고뇌와 역사적 영웅의 고뇌라는 점이 크게 다르기야 할까 만은 본인이 느껴보지 못한 무장의 고뇌를 연기로 표현해 내야 하는 그의 부담이 만만찮을 것 같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갑옷부터 투구까지 20kg이 넘는 장비를 몸에 두르고 칼을 휘두르다 보니 허약한 무장으로 보일까 걱정할 정도로 살이 빠졌어요. 또 촬영 도중 갑자기 물이 빠지는 바람에 바다 한복판에 꼼짝없이 갇힌 적도 있었어요." 지난 4월 말부터 지금까지 긴 촬영에 임하고 있는 김명민은 블록버스터 드라마답게 에피소드 또한 풍성했단다. 해상전투 장면을 위해 배 다섯 척을 바다에 띄우고, 3시간에 걸쳐 장비를 싣고 촬영에 들어가려는 순간,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는 연락이 와 다시 3시간 걸려 장비를 내리고 대피를 해야 했단다. 그 에피소드를 생각하면 지금도 등에서 땀이 다 난다고 말하는 그는 그 덕분에 하루에 10개 신(scene)을 찍어야 하는데 2개 밖에 못 찍기도 했다며 결코 만만치 않은 녹화현장의 상황을 리얼하게 전해준다. 1996년 SBS 공채 6기로 입사한 김명민, 영화 '소름'(2001년)에 출연했고 올 상반기에 방영된 KBS2 수목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돋보인 내면의 연기를 인정받아 대작의 주인공 자리를 꿰찬 그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함께 최선을 다해 성웅 이순신을 그려내겠다는 의지 또한 강하다. 도전과 용기가 필요한 시대에, 한 인간이 지도자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통해 꿈과 희망을 주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기획의도를 가진 '불멸의 이순신'은 1부～4부까지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에서 시작해 5부～6부는 어린 시절, 7부～15부는 이순신의 청년시절을 다루게 된다. - 글 이은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