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공개된 ‘거북선 고서화’의 진위 여부가 화재로 떠오르고 있다.

조선, 동아, 경향신문 등은 지난 18일 뉴욕발 연합 기사로 ‘약 300여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거북선 고서화가 발견됐다’는 보도를 일제히 내보냈다.

보도에 따르면 사업가 윤 모(52)씨는 지난 17일 미국 뉴욕에서 이 고서화를 공개했다.

고서화는 가로 176Cm, 세로 240Cm의 비단천에 용의 머리와 거북의 몸체 형태를 지닌 군용선 4척의 모습이 담겨있다.

여기에 나타난 거북선은 3층 구조이며 등이 타원형을 띠고 있고, 걸어다닐 수 있는 길도 있다.

그동안 문헌 등을 토대로 거북선이 2층 구조로 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해왔던 국내 역사학계의 연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형태다.

지금까지 거북선의 전체 모습은 ‘이충무공 전서’에 대략적인 스케치로 그려져 있고, 몇몇 민화 형태로만 전해 오고 있어 완전한 전모가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소장가 “300~350년 전 그림”


이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윤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양 숭실학교 교장을 역임한 미국인 선교사 데이비드 마우리의 손자며느리인 마우리 여사로부터 지난해 1월 구입했다”면서 “1867년 일본 니가타현 인근의 성벽을 허물 때 발견된 그림이라는 설명을 마우리 여사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윤씨는 또 “조지아대에서 탄소 동위 원소 방식으로 연대를 측정한 결과 300~350년 전 제작된 그림으로 추정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그림을 그릴 당시에 사용했던 석채(광물성 물감)가 용머리 방패 깃발 등 일부분에 남아있고, 나머지 부분은 일본에 건너간 뒤 덧칠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학자들 “검증 안된 그림”


사실 윤씨가 이 그림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여수지역 향토사학자 및 지역 언론에 몇차례 공개한 바 있다.

이 고서화를 직접 본적이 있는 향토사학자 김병호 씨는 “그림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이 그림을 처음 봤을 당시 그림 아래 부분에 글씨가 떨어져 나간 흔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검증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그림에 나타나 있는 깃발은 문헌 등에 나타난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함대가 달았던 깃발과 많은 차이가 있다”며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아 소장가에게 그림에 대한 검증을 요구했으나 특별한 반응이 없어 현재로써는 별 근거 없는 그림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 여수대 커뮤니케이션 시각디자인과 교수도 “그림에 사용된 색채가 당시 조선시대의 화풍과 거리가 멀다”며 “이런 화려한 색채는 당시 일본 화풍과 비슷하기 때문에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행우 여수시의원(국동)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고서화의 가격이 70억원에 이르는데 이는 세계적인 유명화가들의 고서화가 30억원대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다”며 “이 그림의 진위 여부를 떠나 여수시가 나서서 매입을 추진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미술품 중, 최고 가격으로 알려진 겸재 정선(1676~1759년)의 작품 ‘노송영지’는 약 7억원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