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북선에 대한 고찰 1. 들어가며
- 우리나라 역사를 배울 때마다 우리는 언제나 '세계 최초'라는 말을 좋아한다. 세계최초의 측우기..금속활자....등등...
그 중 하나가 바로 거북선으로 우리가 흔히 세계최초의 철갑선으로 배우곤 했었다. 그러나 거북선이 과연 철갑선 이었는지. 그리고 철갑선일 수 있었는지. 그 여부를 조명하고자 한다.
2. 철갑선
- 보통 철갑선이라 하면 전신을 철갑으로 두른 배를 가르킨다. 즉 골조는 나무로 하더라도, 표재(表材)는 철갑으로 하는 것이 철갑선이라 하고 보통 철갑선은 4~5센티의 철갑이 배 전신을 감싸는 것을 철갑선이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거북선은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형태로는 등쪽에만 철갑이 씌워져있다. 등쪽에만 씌워진 철갑으로 과연 철갑선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니 그것도 철갑선이라 치더라도, 그 철갑을 뒤집어쓴 배를 움직이는 것이 다시 문제로 남는다. 그런데 문제는 서양에서도 철갑선이 탄생한것은 보통 증기기관이 아니라 '복합증기기관'의 탄생으로 겨우 간신히 철갑을 뒤집어 쓴 배를 움직일 수 있었다. 또한 합금술이나 부식방지기술의 발달이 동시에 이루어져 쇠가 소금기에 부식되는 것을 막아주어야 한다.
그런데 인력에 의지하는 노와 바람에 의존하는 돛으로, 사서에서 표현하는것처럼 '비호처럼'적을 격파할 수 있었을까? 거기다가 화포를 탑재한 상태에서 말이다. 그리고 바다에서 쇠가 소금에 의하여 부식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었는가? 설령 거북선이 이러한 난점들을 모두 극복할 수 있더라도 거북선이 철갑으로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없다는 점을 다시금 지적하고 싶다.
3. 거북선의 제조에 관한 여러 기록
'거북선은 배 위에 판목(板木)을 깔아 거북등처럼 만들고 그 위에는 우리군사가 겨우 통행할 수 있을 만큼 십자로 좁은 길을 내고 나머지는 모두 칼, 송곳같은 것을 줄지어 꽃았다. 그리고 앞은 용의 머리를 만들었는데 그 입은 화포의 구멍으로 활용하였다...(중략)...사면으로 화포를 쏠 수 있게하고, 전후좌우로 이동하는 것이 나는 듯이 빨랐다.'
- 선조수정실록 25년 5월 1일조.
'위에는 판자를 덮고 판자위에 십자모양의 길을 내어 사람이 다닐 수 있게 하였다. 그 위로는 칼과 송곳을 꽃아서 사방으로 발 붙일 곳이 없었다. 앞에는....(이하 하략)....'
- 이분(李分)의 이순신행록(李舜臣行錄)
이러한 기록들 어디에도 거북선에 '철갑'이 쓰였다는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단 아래의 사료만이 그나마 '철갑'을 언급하고 있다.
'거북선은 철갑과 같이 단단하여 아군의 철포(조총)이 어떻게도 피해를 끼칠 수가 없었다.'
- 정한위략(征韓爲略) : 한반도 침입에 관한 일본의 사료.
자아, 이러한 기록 중에서 어떠한 사료가 거북선이 철갑선이라는 것을 뒷받침한다는 말인가?
4. 거북선의 효용가치
- 거북선이 일본함선보다 '철갑처럼'튼튼했던 것은 일본의 함선은 비교적 조직이 약한 삼(杉)나무를 쓴데 비하여, 조선의 군선은 소나무나 혹은 밤나무와 같이 조직이 강한 나무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못질과 같은 판자사이의 결합에 있어서 조선은 참나무 못을 판자를 관통시키며 연결하는 구조로 박았지만, 일본은 쇠못으로 그냥 이어주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조선의 함선은 일본함선에 비하여 내구력에서 앞설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의 함선은 이음새가 부실하고, 무엇보다도 가늘어 화포를 탑재하면 그 반동력으로 배가 뒤집어질 위험이 있었으나, 조선의 함선은 반대이고, 또한 평저선이 넓어 화포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강점에다가..속된 말로 하자면 거북선에 '뚜껑'을 쇠로 씌우던 나무로 씌우던, 일본군에게는 말 그대로 '쥐약'이었다.
일본의 전통 해전전술이란 적선에 병사들이 뛰어들어 적선을 통째로 장악해버리는 것이었는데, '뚜껑'의 존재는 배 위로 뛰어내리지도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뚜껑'을 나무로 만든다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거기다가 사방으로 화포를 쏘아데는 거북선의 모습은 일본군에게는 충분히 공포 그 자체가 되었을 것이다.
5. 오해의 시작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 진단학회(국사시간에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의 문일평박사가 정한위략을 보고 거북선을 철갑선으로 오해한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또한 진단학회의 다른 구성원인 이상백 역시 거북선이 철갑선이라는 언급을 남겼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까지는 추측이었고,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제의 침략기를 겪으면서 거북선이 곧철갑선이라는 인식은 사람들에게 깊숙히 각인되어졌다.
거북선 = 철갑선이라는 공식을 본격화하는데는 박정희대통령의 정부가 큰 몫을 했는데, 특히 이순신을 신격화시키던 당시의 상황에서는 거북선이 철갑선이라는 말은 매우 솔깃한 것이었고, 결국 그것이 우리의 '정설'로 채용되게 된 것이다.
6. 마치며
- 꼭 세계 최초여야만 자랑스러운 것인가? 오히려 세계 최초임에도 그것을 계승하여 발전시키지 못한 것을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거북선이 세계최초의 철갑선이라는 사실은 분명 우리에게 자긍심을 주겠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었다면 아닌 것이다. 국민들에게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줄 수 있는 것이 역사이지만, 그것은 역사의 부차적인 기능이지 결코 주(主)는 아니다.
만일 역사의 기능이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불어넣는 것이라면, 차라리 역사를 연구하는 것보다는 조작을 통한 프로파간다가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역사의 역할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반세기동안 거북선이 정말로 철갑선인지에 대한 연구는 커녕, 어떠한 의문조차도 제기한적이 없다. 이래서는 안되는 것이다.우리는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역사, 아니 모든 인식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고,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인간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세상을 좋게 바꾸어나가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출 처 : [직접 서술] 직접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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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공개자료
2004/6/14(월)
